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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렉 램 10 크로스비, 2am 키스

category 가을 향수/Formal 2018. 2. 1. 14:35

Derek Lam 10 Crosby, 2am Kiss








노트 & 감상


단일 노트

캐러멜, 나무 노트들, 호박




탑-

캐러멜 & 호박


2am 키스의 처음은 아주 혼란스럽습니다. 보통 향수를 뿌리고 뿌린 다음 증발하는 알코올과 함께 무슨 향이 느껴지는지 맡고싶어서 코를 뿌린곳에 가져다 대는데, 기대했던 알코올은 온데간데 없고 순간적으로 코를 마비시킬 정도의 농도와 점성을 가진 달콤한 향이 코에 달라붙습니다.

기습에 망가진 코를 갈무리하면서 맡았던 향을 나누어 보면, 약간 짠맛이 도는 솔티 캐러멜향, 그런데 화장품의 파우더리한 향이 예쁘게 달콤한 향을 감쌉니다.

마치 엿이 바닥에 붙지 않도록 콩가루로 코팅을 한 것 처럼 캐러멜을 화장품으로 코팅을 한 것 같습니다. 그 덕분인지 향이 끈적끈적하다기 보다는 쫄깃한, 점성은 남아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질감으로 다가옵니다.



미들&베이스-

캐러멜 & 호박 & 계피 & 나무 노트들


2am 키스는 지속시간이 굉장히 긴 향수중 하나기 때문에 다른 향수들이 베이스로 넘어가려 할 때까지 탑이 안끝납니다. 뭔놈의 뽀뽀가 이렇게 긴지...

또한 다른 향수들은 탑에 가벼운 향들이 걷혀가면서 숨어있던 향들이 드러나는 구조라면 2am키스는 향 전체가 옅어지면서 코가 저평가하던 향들을 느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애초에 탑에 모든게 다 있는데 탑이 너무 진해서 가장 강한 향들만 맡고 코가 나가 떨어졌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옅어지면서 맡을 수 있는 향이 계피향입니다. 계피향은 중간부터 나타나서 향의 끝까지 함께하는 충신같은 향입니다.

게다가 계피향은 미들과 베이스에서 느껴지는게 조금 다른 향이기도 한데, 미들에서는 쫄깃한 질감이 남아있어 시나몬 맛 프레즐에서 날법한 향이 난다면, 베이스에서는 주르륵 흐르는게 수정과 같습니다.

 나무향은 느껴진다면 느껴지는데 확신을 가질 수 없을정도로 미미하게 향이 납니다. 향조에 있다고 해서 찾으니까 찾아진 경향이 있습니다. 톱밥보고 '이것도 나무지 않냐'고 말하는거 같아서 조금 부끄러울 정도로 느껴집니다.

위에 있는 계피와 나무는 탑과 차이를 찾아보려고 적은거지 예쁘게 퍼지는 캐러멜향이 자리를 뺏긴게 아닙니다. 캐러멜향은 잔향이 끝날때까지 주류에서 해먹을만큼 해먹습니다.





키워드



-괴물같은

보통 향수에 대해 글을 쓸 때는 멀리서부터 조금씩 가까이 향을 코에 대면서 쓰는데, 이번 향수는 그럴 엄두가 나지 않는 향수였습니다.

향수를 뿌린 근원과 코가 점점 가까워 질 수록 코가 감당하기 어려운 농도의 달콤함이 코를 마비시켜서 이게 무슨 향인지 몇 번을 다시 뿌려서야 짐작정도 하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지속력 또한 말도 안돼게 강해서 분명 자기 전에 뿌렸을텐데 그 다음날 오후까지 잔향이 살아있습니다. 일어나서 샤워를 했는데도 말입니다.

이 정도 지속력이면 '누가 새벽 2시에 입으로 키스한걸 향수로 만들어? 새벽 키스는 당연히 XXX 아니겠어?'라고 조향사가 말하는거 같습니다. 완전 낙인급이에요.



-비추천

이 향수는 일상용으로 뿌리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향입니다.

향조가 적어서 향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직관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단조로워 쉽게 질린다는 단점또한 존재합니다.

그것에 더해서 2am 키스는 더 큰 단점이 존재하는게, 김치향도 막아버릴정도로 진하다는 점 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한 두번 뿌리고 가는건 용인해줄 만도 하지만 매일 뿌리고 나온다면 한 소리 들을 확률이 높습니다.

데일리향수로는 추천하지 않고 특별하게 포인트를 주고 싶은 날 사용하면 좋을 향수 같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감각이 마비될 정도로 진한 달콤함, 시간이 지나면 처음보다 아주 조금씩 느릿느릿 옅어지면서 드러나는 주변, 10시간이 넘어도 낙인처럼 퍼지는 여운.

새벽같이 개인적인 시간에 즐기면 아주 좋지만 대낮에 사람 많은 장소에서 하고 다니면 주변사람의 찌푸림을 받기 좋은데다 진하게 뿌리면 어젯밤에 뭐 했는지 알거같은 그런 향.

이름과 매치가 잘 되는, 의도가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잘만들어진 향수 같습니다.




요약 


지속력과 확산성: 최소 8~10시간/중간


날씨나 계절:  가을/겨울


가격대: 해외구매


특이사항: 데일리로는 쉽게 질릴, 포인트를 주고 싶은 날 사용하면 좋은 향수.


주된 향:

1.콧속을 침식하는 캐러멜향 2.캐러멜을 감싸주는 예쁜 포장지같은 파우더리향  3.뜬금없지만 잘 어울리는 계피향

향수에서 느껴지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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