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보틀의 이단아. 아쿠아 디 파르마, 만도를로 디 시칠리아

Acqua di Parma, MANDORLO di SICILIA

 

향조 및 감상

 

 

탑 노트

아몬드, 팔각, 베르가못, 오렌지

 

미들 노트

자스민, 백도, 일랑일랑

 

베이스 노트

바닐라, 삼나무, 사향, 톨루 발삼

 

탑& 미들 노트

아몬드, 바닐라, 자스민, 과일들 

 

향조로 만든 콜라주

 

만도를로의 첫향은 예전에 자주 씹었던 쥬시후레시의 향이 난다. 분명 과일향인데 과일향이 아닌, 과일 가공품의 향이다. 과일향이지만 싱그러움은 덜하고 달콤함은 더했다.

 화가가 자신의 영감을 구현하기 위해 종이들을 찢어서 원하는 조각들만 붙여넣어 콜라주 하듯 이렇게 편집된 향들은 기존의 '과일은 이런 향이 부각됐었지, 아몬드는 고소해야해.'같은 향조들을 접하며 예전부터 느껴왔던 선입견을 부수는데 사용된다.

 

 그렇게 선입견을 배제하려고 노력한 뒤에 맡는 만도를로의 향은 깊게 파고들 수록 엉망진창이다. 아몬드는 고소하지 않고 씁쓸하게 퍼지는게 느껴져 알맹이는 버리고 껍질만 취했나 싶고, 바닐라는 분날리듯 여기저기 찔끔찔끔 느껴진다.

 그럼 불쾌한 향인가 하고 묻는다면 그건 결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콜라주를 보는 사람들이 호기심에 요소요소를 보고자 가까이 다가가지만 그 부분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졸작으로 생각하지 않는것 처럼 만도를로의 전체적인 향은 훌륭하다. 앞서 말했던 요소들이 어우러져 메종 마르지엘라의 '바이 더 파이어플레이스'못지 않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전해준다.

 

미들& 베이스 노트

 팔각, 바닐라, 삼나무, 톨루 발삼

 

아쉬운 약향기

 

만도를로의 미들은 탑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저 과일향이 달콤한 전체적인 향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흡수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탑과 정말 큰 차이 없이 과일향이 빠지고 전체적으로 희미해진다. 그 덕분에 탑에서 느껴지지 않았던 향조들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마치 연극이 마치고 인사하는 자리에서 모두 꾸벅하고 인사하는 와중에 혼자서 손을 흔들고 '나도 있었어 기억해줘!'하는걸 보는 느낌이다.

삼나무, 사향.. 편안한 향들이 눈에 밟히는 와중에 약 향기를 맡았다.

 

어릴적에 먹었을 시럽형 감기약.

그 향을 맡는 순간 탑에서 미들로 미끄러지듯 느껴온 따뜻한 벽난로에서 낙엽과 땔감을 태우며 안락의자에 몸을 기대 꾸벅꾸벅 조는 편안한 이미지는 약먹고 안락의자에서 골골대는 이미지로 바뀌어 버렸다.

 

 

 

키워드

 

블루라인 같지 않은 향

다른 블루라인들은 보틀 색에 맞게 시원한 향을 담고 있는데 비해 이 만도를로 디 시칠리아는 따뜻한 향에 가깝습니다.

여름용으로 치기엔 조금 무거운 편 입니다.

 

울렁거릴 수 있음

아몬드 바닐라, 일랑일랑 등 기름진 향조가 많아서 울렁거릴 수 있습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분명 탑에서는 괜찮았는데 미들을 넘어 베이스로 가면서 조금씩 울렁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약향기

발향이 이상한건지 모르겠지만 제겐 감기약같은 향이 느껴집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을 주는 향을 원하시는 분께 추천드립니다. 내가 누워서 졸든, 아파서 약먹고 골골대든 배경이 따뜻한건 크게 변함이 없거든요.

 

 

 

 

요약

지속력과 확산성:  5~6시간/ 중간

 

날씨나 계절:  가을/겨울

 

가격대: 30ml 기준 7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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